[쉬운 신경질환사전]은 신경과 전문의 이한승 원장(허브신경과의원)과 하이닥이 생활 속의 신경과 질환이라는 주제로 기획한 시리즈 기사입니다. '눈꺼풀떨림', '어지럼증',' 손발저림', '각종 두통' 등 흔하지만 병원까지 방문하기에는 애매한 증상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합니다."29세 여성 직장인 a 씨는 출퇴근 시간이 깁니다.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이동 중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즐겨 봅니다. 회사에서는 모니터 2대를 동시에 사용하며 컴퓨터로 작업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 목덜미 상태가 좋지 않아 휴일에는 종종 마사지를 받습니다.그런데, 한 달 전부터 우측 목덜미에 짧은 통증이 간헐적으로 생기다가 2주 전부터는 우측 뒤쪽 머리에 하루 종일 두통이 지속되었습니다. 심지어 약 10일 전부터는 두통과 함께 우측 눈 주변, 눈 뒤쪽, 혹은 우측 광대뼈 주변이 뻐근하면서 저린 듯한 복합적인 양상의 통증이 동반되기 시작했습니다. a 씨는 혹시나 삼차신경통이나 뇌졸중이 아닐지 걱정되어 신경과를 찾았습니다."
"53세 여성 b 씨는 평소 매우 건강하고 활발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없고, 자녀들도 모두 대학에 진학한 상태라 크게 신경 쓸 일도 없습니다. 더불어 성인병도 없고 종양의 병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평소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9개월 전 큰마음을 먹고 치아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썩은 이빨에 대해 신경치료를 하였고, 신경치료조차 할 수 없는 좌측 윗 어금니에는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신경치료 중 신경이 오히려 자극되었고 극심한 신경통으로 1~2일 고생한 뒤 치과 치료에 대한 공포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도중에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 무서움을 억지로 참으면서 약 2개월간 치료를 더 받았습니다. 치과 치료가 끝날 때쯤 건강한 치아를 포함한 치아 전체에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은 점차 심해져 혀 및 입천장까지 아프게 되었고, 통증은 하루 종일 지속되었습니다. b 씨는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치과와 대학병원까지 방문했지만 치아에는 문제가 없다는 진단만 받았습니다. 증상 역시 신기했습니다. 식사를 할 때는 오히려 통증이 덜하고, 가만히 있으면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정보를 많이 찾아보았고, 혹시나 신경의 문제가 아닐까 의심되어 신경과 외래 진료를 받았습니다." 위의 두 가지 사연은 모두 연관통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소 복잡한 질환이기에, 이해를 돕기 위해 증례에 대한 해설과 함께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복잡한 연관통첫 번째 증례의 경우, 평소 자세의 문제로 인해 경추에 추간판 내장증(추간판 탈출증의 전단계로 추간판이 눌려서 손상당하고 염증이 끼는 상태)이 발생하였고, 이것으로 인해 우측 목덜미의 여러 근육 내부에 팽팽하게 긴장된 근섬유의 밴드가 발생한 것이 원인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타우트 밴드(taut band)라고 합니다. 이때 여러 가지 복잡한 기전으로 인해 실제로 통증을 느끼는 부위는 목덜미의 일부 근육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같은 쪽의 눈 주변부가 아프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것을 근막통 증후군에 의한 연관통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증례의 원인은 자세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환경의 문제'입니다. 평소 많이 사용하는 도구인 스마트폰, 듀얼 모니터 사용으로 자세가 망가졌다고 하는 것이 옳은 해석일 것입니다. 두 번째 증례를 살펴보면 치과 치료 스트레스로 인해, 치료 종료 후에도 늘 양측 측두근, 교근과 흉쇄유돌근 등, 스트레스 시 잘 뭉치는 근육 내부에 팽팽하게 긴장된 근섬유의 밴드가 발생한 것이 그 원인입니다. 이러한 부분에 타우트 밴드가 심하게 발생하면 마치 구강 내 구조물이 아픈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근막통 증후군에 의한 연관통입니다. 연관통은 손상 등 문제가 발생한 장기와 다른 곳에서 통증을 느끼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연관통은 본래 내장 통증이 몸통에서 느껴지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췌장 통증이 등허리 부근에서, 자궁의 통증이 사타구니 부근에서, 난소나 고환의 통증이 배꼽 주변에서, 콩팥의 통증이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협심증일 때 심장의 통증이 좌측 목이나, 좌측 팔로 뻗치는 것도 연관통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스크림을 급하게 먹을 때 발생하는 머리가 차가워지는 듯한 두통도 연관통의 좋은 예입니다. 신경과에서는 근막통 증후군으로 인한 연관통이 자주 관찰됩니다. 연관통이야말로 근막통 증후군의 가장 중요한 임상적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픈 장기와 아픈 곳이 다르듯이, 심한 경직이 발생한 근육과 다른 부위가 아픈 것입니다. 흉쇄 유돌근에서 동측의 눈 주변으로, 견갑부 근육에서 동측의 팔로, 둔부 근육에서 동측의 다리로 발생하는 연관통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런데 근막통 증후군에서의 연관통은 다른 중요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급성으로 발생한 연관통은 연관통을 유발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즉, 연관통이 있다는 것은 이미 '만성화가 시작했다'라는 뜻입니다. 첫 번째 증례에서 질병 경과를 2주 정도로 예시하였으나, 통증은 없었어도 해당 근육이 경직이 최소 1~2개월은 넘었을 것입니다.
연관통의 기전연관통의 기전은 아직 완전히는 모릅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이론(convergent-projection theory, convergence-facilitation theory, axon-reflex theory, hyperexcitability theory, thalamic-convergence theory)이 존재하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모든 이론 공통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출생 전, 태생기 때 같은 영역에서 출발하여 분화한 조직끼리 연관통이 잘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예시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위에서 견갑부에 타우트 밴드가 발생하면 동측 팔로 연관통이 잘 발생한다고 했는데요, 태생기 때 견갑부에 해당하는 부위에서, 마치 식물의 가지가 자라나듯 팔이 나옵니다. 그래서 견갑부와 팔의 감각을 지배하는 신경은 척수의 비슷한 곳을 수렴하고, 또한 뇌에서도 감각 중추인 시상의 비슷한 영역으로 수렴하게 됩니다.이렇게 여러 곳의 감각이 점점 수렴되기 때문에, 한쪽에 심한 불쾌한 통각이 지속되면 마치 다른 쪽도 같이 아픈 것처럼 척수 및 시상에서 착각을 하게 됩니다. 통각 신경계의 신기루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태생기 때 몸통을 이루는 튜브 모양의 구조물이 이리저리 접히면서 목과 머리가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 근육에 근막통 증후군이 발생할 때 머리의 여기저기가 동시에 아플 수 있습니다. 사막에서 생기는 신기루가 마치 일렁이는 듯하게 보이듯, 연관통도 참 표현하기 애매모호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인 통증은 '꼬집는 듯하다', '망치로 맞은 듯하다', '침에 찔린 것 같다', '전기가 통하는 것 같다' 등 일정한 양상을 나타내는 반면, 연관통은 2~3가지의 통증 양상이 혼재되어 통증의 형태가 매우 다르며 그리고 통증의 강도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통증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머리와 얼굴에 발생하는 각종 통증은 진단적으로 고려해야 할 좋지 않은 병들도 많은 데다가, 통증의 양상도 복잡하니 당연하게도 진단이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진단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니 통증도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경부의 각종 근막통 증후군 환자들은 비전형 안면통이나 비전형 치통 등으로 대충 진단을 받아 치료에서 소외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전형 안면통이나 비전형 치통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워낙 많습니다. 이러한 통증의 경우 근막통 증후군에 의한 연관통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전형 안면통이나 비전형 치통은 온라인 카페가 만들어질 정도로 환자의 수가 많습니다. 그러나 진단과 치료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의사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마치 수학 문제처럼, 문제의 해답을 아는 사람이 풀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근막통 증후군과 연관통의 예방근막통 증후군은 너무 안 움직이거나, 제한된 범위 내에서 너무 오랫동안 반복된 동작을 하면 발생합니다. 과거 서류로 일을 할 때에는 최소한 서류를 가지러 가는 움직임이라도 있었지만, 컴퓨터로 일을 하는 현시대에는 클릭 한 번으로 필요한 서류를 다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몸을 덜 움직이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기에, 마치 석상처럼 고정되어 일이나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근막통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꾸 움직이면 됩니다. 큰 움직임이 아니더라도 잠시 일어났다 앉거나, 틈틈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일을 하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자주 이용하면 근막통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운동 중에서는 유산소 운동이 근막통 증후군의 예방 효과가 큽니다. 또한 몸을 자꾸 움직여야 뇌에서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각종 물질이 분비됩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석상처럼 가만히 있는 것보다, 발가락이라도 꼼지락거리면 사망 위험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움직이면, 건강해집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한승 원장 (허브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