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조재성(27)이 병역 비리 사건에 연루됐다. 조재성은 2020년 현역 입영 대상인 3급 판정을 받았지만 지난해 1월 뇌전증 증상 진단을 이유로 재검 끝에 4급(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배구를 제외한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의 선수들로 수사망을 넓혔으며, 프로축구 선수도 같은 방법으로 병역 비리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프로 스포츠계 전체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병역 면제 사유로 밝힌 '뇌전증'이란 무엇이고, 어떤 증상이 있기에 병역 면제 사유로 활용된 건지 알아본다.
신경계 질환인 ‘뇌전증’을 병역 비리에 이용하는 이유병역비리는 병역을 면제받거나 '쉬운 방법'으로 복무하기 위한 일련의 불법 행위를 말한다. 과거에는 주로 불안정성대관절(십자인대 파열), 허리디스크, 성인병 등 신체적인 문제 등이 병역 비리 사유로 등장했다. 최근 의료기술 발전 등으로 군 입대 전 신체검사가 엄격해지면서 다양한 질환이 병역 면제 사유로 악용되고 있다. 최근 병역 비리가 밝혀진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조재성은 신경계 질환 중 하나인 '뇌전증'을 이용했다.뇌전증은 주로 뇌파검사와 mri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하지만 검사 결과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는 환자의 임상 증상이나 병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조재성은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겉으로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물론 뇌전증 증상이 심각한 경우는 병역면제 사유로 인정된다. 그러나 프로선수로 경기에 참여할 정도라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방증으로 군 생활 역시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음에도 이를 병역 면제 사유로 이용했다.
뇌 신경세포들의 과흥분으로 ‘발작’ 일어나는 뇌전증뇌전증은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과 함께 4대 뇌 신경계 질환으로 꼽히는 질환이다. 뇌전증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뇌의 전기적 신경회로에 교란이 생기는 질환이다. 대뇌 신경세포들이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흥분하여 발생하는 증상인데, 이러한 과잉 흥분이 반복되는 것을 '뇌전증'이라고 한다. 대뇌피질에 구조적 혹은 기능적 이상이 발생하여 간헐적으로 대뇌피질 신경세포들이 일시적으로 동시에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흥분을 억제하는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 즉 흥분과 억제의 균형이 깨지면서 대뇌피질 신경세포들이 흥분할 수 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신경 네트워크에 일종의 '합선'이 생기는 것이다.이때 발작(경련)이 일어나는데, 발작이 간헐적,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뇌전증이라고 하며, 예전에는 간질이라고 불렀다. 물론 발작 증상이 뇌전증 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인지 판별하는 게 중요하다. 보통 피로나 건강 이상 같은 발작을 유발할 만한 요인이 마땅히 없는데도 발작이 일어날 때 뇌전증으로 진단한다. 이를 '무유발 발작'이라고 한다. 발작이 일어나는 양상은 환자마다 다르다. 흔히 '쓰러져 의식이 없고 온몸이 뻣뻣해지며 거품이 나오는 것'만이 뇌전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전기적 이상이 발생한 대뇌피질의 부위가 어느 부위인지에 따라 증상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대뇌 부위에 따라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전기적 이상에 의해 이상 흥분이 발생한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발작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자꾸 어지러울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입맛을 다시며 멍해질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은 잠시 말문이 막힐 수도 있다. 그래서 치매나 정신질환으로 오진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처럼 같은 종류의 뇌전증이라도 개인에 따라서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고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뇌전증 발작은 수초에서 수분 가량 지속되며, 회복하는 시간 또한 다양하다. 뇌전증은 신생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뇌를 가지고 있는 한 모든 연령에서 발병하는 질환이다. 인구 1,000명당 4~10명으로 전 세계적으로 6천 5백만 명의 뇌전증 환자가 있고, 우리나라는 약 36만 명의 뇌전증 환자가 있으며, 매년 우리나라에서만 2만 명의 뇌전증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성 탓에 병력 청취가 진단 기준의 첫 단계뇌전증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정확하고 자세한 병력 청취'이다. 병력 청취란 발작이 언제 어떻게 일어나고 눈이나 손은 어떤 모양이었고 얼마나 지속되었으며, 환자는 반응이 있었는지, 기억을 하는 지 등과 같은 내용을 의료진이 환자에게 듣는 것이다. 병력 청취를 통해 뇌전증의 임상 양상을 파악하고 이후 뇌파검사와 mri(자기공명영상)를 시행한다.뇌전증은 종류에 따라 뇌파검사와 mri에서 정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다각도의 검사가 필요하다. 뇌파검사와 mri 검사 외에 환자에 따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경우 또는 수술적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비디오 뇌파검사와 양전자방출단층촬영을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뇌파검사로는 ‘뇌전증파(epileptiform discharges)의 유무 및 위치’를 파악하여 뇌전증이 맞는지, 그리고 맞다면 경력발작을 일으키는 대뇌 부위가 어디인지 찾는다. 반면 mri는 경련발작의 원인이 되는 뇌의 구조적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러나 뇌전증이란 질환의 특성상 진단은 쉽지 않다. 환자에 따라 뇌파검사와 mri 모두에서 정상이 나오기도 하고, 두 가지 검사 모두에서 이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뇌전증의 종류와 발작파가 나타나는 뇌의 위치와 연관이 있다.뇌전증은 발작이 주 증상으로, 발작 지속 시간이 짧다. 신체 일부가 떨리거나 몸이 경직되는 뇌전증 발작을 일으킨 적 있는 사람이라도, 뇌파 검사가 진행되는 순간에는 신경회로에 교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상 증상이 일어나는 현장을 검사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뇌전증은 다양한 검사를 여러 차례 수행해야 진단할 수 있다. 스포츠선수들이 뇌전증을 병역 비리 사유 질환으로 삼은 것은 뇌전증 환자를 100% 가깝게 가려낼 수 있는 진단 검사가 없고, 병력 청취를 주요한 진단 기준으로 삼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뇌전증, 약물 치료로 일상 생활 가능하이닥 신경과 상담의사 강중구 원장(에이스신경과의원)은 "뇌전증은 원인과 종류에 따라 예후가 다르지만, 뇌전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을 잘 복용하는 것"이라며 "10명 중 8명은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뇌전증의 기본 치료는 약물치료이며, 뇌전증약으로 증상이 완전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는 10명 중 3명 정도이다. 이를 '약물 난치성 뇌전증'이라 부르는데, 이와 같은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뇌의 신경 회로 교란이 일어나는 부분을 부분적으로 제거하는 수술로, 수술 여부를 판단할 때는 뇌전증을 일으키는 병소의 원인과 위치, 수술과 약물치료 중 어느 것이 유리한지, 환자나 보호자의 수술에 대한 의견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외과적인 수술이 불가능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전기자극 치료를 시도하기도 한다. 수술보다 효과는 약하지만, 약물에 반응하지 않고 수술이 불가능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케톤 생성 식이요법이라든지 항견련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음주를 멀리 한다든지와 같은 생활 습관 개선 등을 통해 뇌전증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강중구 원장 (에이스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