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3월은 각종 학교의 입학과 더불어 개학, 개강, 입사, 결혼 등 인생의 새로운 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다. 함께 거주하던 자녀가 타지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거나 취업, 결혼 등으로 독립을 하면서 자녀와 떨어지게 된 부모에게는 ‘빈둥지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공소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빈둥지 증후군은 자녀와 갑자기 떨어지게 된 부모가 늘 함께이던 애착의 대상이 눈앞에서 사라지면서 세상에 혼자 남게 되었다고 느끼는 심리적 불안 증상이다. 자녀가 독립하면 사회생활과 가장의 역할에 바쁜 남편보다는 가정관리와 자녀 양육에 전념한 주부가 더욱 큰 상실감을 경험하게 된다. 게다가 자녀의 독립 시기가 일반적으로 중년 여성의 폐경기와 맞물리면서 심적 고통이 더욱 배가되는 경향이 있다. 빈둥지 증후군을 질병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장기간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해지면 심각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빈둥지 증후군에 취약한 사람은?자녀와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부모, 배우자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부부,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육아에 전념한 사람, 자녀가 한 명일 경우에 빈둥지 증후군을 더욱 심하게 겪을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빈둥지 증후군에 심하게 노출된 부모는 우울, 알코올 중독, 자아 정체성 위기를 겪거나 부부의 결혼 유지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대처할까?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윤석 원장은 “인간은 태어나서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다가 점차 성인이 되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독립할 시기를 맞는다”며 자녀의 독립이 인생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단계라는 것을 강조한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람은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개체로 성장하여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것이 인생의 과업입니다. 자녀가 부모에게서 독립할 수 없다면 온전한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이고 사회적으로도 적응하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내 품을 떠난다고 해서 자녀와 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적으로는 언제나 유대감이 있는 것이며 부모는 자녀의 독립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비치기보다는 독립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바쁘게 지내는 것이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대응책이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운동이나 취미 생활을 비롯해 각종 사회생활, 교우 관계 확대, 봉사 활동 등을 다시 시작하자. 삶의 질을 향상할 좋은 기회라는 것과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임을 자신에게 상기시킨다.
시간이 흘러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주변인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같은 상황에 처한 배우자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면서 부부 사이를 돈독하게 하거나 친구, 이웃 등에게 현재 심적 고통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실로 인한 우울과 무기력 등이 지속된다면 심리 전문가나 의사를 찾아 상담이나 인지행동치료 등을 받을 수 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윤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